정말 오래도 걸렸다.
간장·식용유 GMO 표시 의무화, 2026년 말부터 순차 도입

밥상 위 필수 조미료인 간장부터 시작해 설탕, 식용유까지—앞으로 2년에 걸쳐 국내 식품업계에 GMO(유전자변형식품) 표시 기준이 대대적으로 바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간장, 당류, 식용유지류를 유전자변형식품 표시 대상에 새로 포함시키는 「유전자변형식품 등의 표시기준」 개정안을 확정, 발표했다.
무엇이 달라지나
핵심은 '원료 기준'으로의 전환이다. 그동안은 유전자변형 대두·옥수수 등을 원료로 썼더라도 정제 과정을 거쳐 최종 제품에서 유전자변형 DNA나 단백질이 검출되지 않으면 표시 의무가 없었다. 간장이나 식용유처럼 고도로 정제되는 품목은 사실상 GMO 여부를 확인할 길이 없었던 셈이다.
이번 개정으로는 원료 단계에서 유전자변형 농산물을 사용했다면 최종 제품에 성분이 남아있지 않아도 '유전자변형식품' 또는 '유전자변형 ○○ 포함' 등의 문구를 주표시면과 정보표시면에 넣어야 한다.
시행 일정
- 간장(한식간장·양조간장 등): 2026년 12월 31일부터 곧바로 적용
- 당류(물엿·올리고당 등), 식용유지류(대두유·우지·마가린 등): 구분 관리를 위한 설비 개선과 원료 확보 준비 기간을 감안해 1년 유예, 2027년 12월 31일부터 적용
표시 대상에서 빠지는 것들
참기름과 올리브유는 식용유지류 범주에 들어가지만 실제로는 표시 대상이 아니다. 원료인 참깨와 올리브 자체가 국내에서 GMO로 승인된 품목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식품용으로 수입이 승인된 유전자변형 농축수산물은 대두, 옥수수, 면화, 카놀라, 알팔파, 사탕무 6종뿐이며, 국내에서는 GMO 작물을 재배하지 않고 전량 수입에 의존한다.
사후관리는 서류로
문제는 최종 제품에 성분이 남지 않는 만큼 육안이나 검사로는 GMO 사용 여부를 가려낼 수 없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식약처는 원료 기반의 사후관리 방식을 택했다. 업체는 구분관리 제조 사실을 증명하는 서류와 함께 구분유통증명서, 정부증명서, 시험검사성적서 등 원료 관련 증빙자료를 갖춰야 한다. 비의도적 혼입 허용 기준은 현행 3%가 적용되며, 구체적인 세부 기준은 추가 의견 수렴을 거쳐 정해질 예정이다.
업계는 "형평성 어긋난다" 반발
간장업계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그간 원가 부담을 감수하면서 Non-GMO 원료를 자발적으로 써온 업체들 입장에서는, 별다른 인센티브도 없이 오히려 다른 품목보다 앞서 규제를 떠안게 됐다는 것이다. 준비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다는 점도 불만 요인으로 꼽힌다.
시민단체는 "늦었지만 의미 있는 첫걸음"
반면 소비자·시민단체 쪽 반응은 우호적이다. GMO반대전국행동은 성명을 통해 세계적인 식용 GMO 수입국인 한국에서 정작 소비자가 원재료의 GMO 여부조차 알 수 없었던 상황이 이번 조치로 개선될 것이라며 환영 입장을 밝혔다. 다만 아직 행정예고 단계에 불과한 만큼, 업계 반발에 밀려 제도가 후퇴했던 과거 사례를 언급하며 예외 없는 표시 적용과 실효성 있는 사후관리, 위반 시 엄정한 제재가 뒤따라야 한다고 촉구했다.
배경
이번 조치는 지난해 「식품위생법」과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GMO 완전표시제의 법적 근거가 마련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업계·소비자·학계로 구성된 GMO 표시강화 실무협의회 논의와 식품위생심의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대상 품목과 시행 시기가 확정됐으며, 개정안에 대한 의견은 4월 30일까지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