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수세미,
천연소재 수세미를 찾아보면 종류가 생각보다 많고 써보면 생각보다 매력적이어서 놀랄 수도 있다.
## 천연수세미 루파, 내가 제일 좋아하는 수세미
수세미오이, 혹은 루파(Loofah)라고 불리는 이 식물은 천연 수세미의 원조 격이다. 열매를 그대로 말리면 그 안에서 섬유질 그물이 드러난다. 신기한 건, 이걸 마당 한편에 씨앗만 심어도 스스로 자란다는 사실이다. 한 그루에서 수십 개의 열매가 열리니, 매년 새 수세미를 살 필요조차 없어진다. 다 쓰고 나면 흙으로 돌려보낼 수도 있다.
세척력이 좋아서 설거지는 물론 욕실 청소, 야채 세척까지 두루 쓰기 좋다. 써본 것 중 기름때도 제일 깔끔하게 닦인다. 젖은 채로 오래 두면 물론 곰팡이가 슬 수도 있기는 하지만 물빠짐도 잘하고 잘 마른다. 조직이 떨어져나가 힘이 약해질때까지 쓴다. 그리고 십년 넘게 천연수세미를 경험하면서 신기하게 쉰내가 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항균성이 매우 강한 것 같다.
## 삼베실을 한 코 한 코 떠서 만든 수세미
바다와 강이 미세플라스틱으로 오염된 원인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하나가 플라스틱 섬유 때문이라는걸 알고부터는 삼베실을 주문해서 직접 떠서 쓰게 되었다. 반짝반짝 플라스틱섬유로 떠서 만든 예쁜 수세미들이 널렸는데도 설거지 하면서 플라스틱 조각들이 떨어져나간다 생각하니 쓰면서 마음이 좋지 않았다. 게다가 플라스틱섬유로 된 수세미는 기름때도 흡착이 잘 안되서 기름짐으로 미끌거리고 쉰내도 쉽게 났었다. 끓는물로 소독도 안되니 쓰다가 금방 버리게 되었다.
삼베는 원래도 질긴 섬유로 유명한데, 수세미가 되어서도 그 내구성은 여전하다. 물 빠짐도 좋다.
삼베 수세미를 유리컵이나 도자기, 코팅 프라이팬처럼 흠집이 걱정되는 그릇에 주로 쓴다. 세게 문질러도 상처 낼 걱정이 없다는 것도 생각보다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
삼베실은 흰색 남색 내츄럴색 이렇게 세가지로 구입할 수 있었는데 거칠음 차이가 조금 있다는 점 참고
## 면실, 아이의 그릇을 닦을 때
유기농 면실로 뜬 수세미는 촉감이 가장 부드럽다. 소창천이나 면행주로도 수세미 삼아 쓰기도 했는데 흠집을 남기는 일이 거의 없어서 아이들 식기나 유리, 컵을 닦기에 알맞다. 여린 것을 여리게 다루겠다는 마음으로 쓰는 수세미랄까.
## 코코넛 섬유, 힘이 필요한 순간에
코코넛 껍질에서 뽑아낸 섬유, 이른바 코이어(Coir)로 만든 수세미는 완전히 다른 성격을 지녔다. 세척력이 무척 강해서 냄비 바닥에 눌어붙은 탄 자국까지 밀어낸다. 처음 손에 쥐면 다소 뻣뻣하게 느껴지지만, 그 뻣뻣함이 바로 힘의 원천이다.
코팅 프라이팬에는 쓰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코팅이 벗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 수세미를 올스텐 재질 냄비나 프라이팬 바닥, 싱크대처럼 거친 오염이 있는 곳에 따로 빼놓고 쓰는 편이다.
## 사이잘, 코코넛의 사촌
용설란 잎에서 뽑은 사이잘(Sisal) 섬유도 있다. 코코넛보다는 살짝 부드럽고, 내구성은 그에 못지않게 좋다. 다만 국내에서는 아직 구하기가 쉽지 않은 편이다. 채소나 식기, 싱크대 등 폭넓게 쓸 수 있는 무난한 소재다.
## 대나무 섬유, 냄새 없이 오래
대나무 섬유를 직조해 만든 수세미는 항균성이 비교적 좋아서 냄새가 덜 밴다. 다만 거친 오염을 벅벅 지우는 데는 약한 편이라, 일반 식기나 컵처럼 가벼운 설거지에 어울린다.
## 나무 브러시, 손이 물에 젖지 않아도 되는
너도밤나무 손잡이에 식물성 섬유 브러시를 단 제품도 있다. 손잡이가 있으니 손이 물에 덜 젖고, 헤드만 교체할 수 있는 제품이 많아 위생적으로도 관리하기 좋다. 다만 나무 손잡이인 만큼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냄비, 프라이팬, 싱크대 청소에 두루 쓴다.
## 팜 섬유, 야자나무가 남긴 것
야자나무 섬유로 만든 팜 수세미는 단단하고 기름때 제거에 강하다. 다소 거친 느낌이 있어서 냄비나 주방 청소처럼 힘이 필요한 곳에 알맞다.
## 셀룰로오스 스펀지, 물기를 빨아들이는
목재 펄프로 만든 셀룰로오스 스펀지는 흡수력이 매우 뛰어나다. 물기를 닦아내거나 가벼운 설거지에는 좋지만, 문지르는 힘 자체는 약한 편이라 이것 하나로 모든 걸 해결하긴 어렵다.

조금 더 강하고 오래오래 쓸 수 있는 수세미 두개
##구리 수세미
100% 구리 망사로 만든 수세미다. 눌어붙은 음식물을 떼어낼 때 이만한 게 없다. 철보다 녹이 덜 슬고, 다 쓰고 나면 재활용도 가능하다. 스테인리스 냄비나 오븐용기, 유리 내열용기처럼 튼튼한 그릇에 쓰기 좋다.
다만 코팅 프라이팬에는 쓰면 안 된다. 코팅이 순식간에 벗겨진다. 그리고 산성 세제와 오래 맞닿아 있으면 색이 변하기도 하니, 쓰고 나서는 헹궈서 말려두는 편이 좋다.
##스테인리스 수세미
세척력만 놓고 보면 아마 이 목록 전체에서 가장 강할 것같다. 어느 사용자가 텀블러에 넣고 흔들어 수월하게 세척하는 사용후기를 보고 마음이 갔었닼 스테인리스 재질이라 녹도 잘 슬지 않고, 수명도 아주 길다.
## 내가 고른 수세미
하나, 천연수세미 루파 일반 설거지에 쓰고, 마음만 먹으면 마당에 심어 직접 키울 수도 있다.
둘, 삼베 수세미. 코팅팬이나 유리컵처럼 흠집이 걱정되는 그릇에. 잔뜩 떠놓거나 집에 삼베실을 쟁여두면 마음이 왠지 든든해진다.
셋, 구리나 스텐그물수세미 냄비 바닥의 탄 자국 등 긁힐염려가 없는 강한세척시
넷, 나무 브러시. 야채를 씻을때
이 네 가지만 있으면 다른 수세미는 거의 필요가 없어진다. 그리고 수명을 다한 뒤에는 대부분 흙으로 돌아간다. 식물이었던 것이 그릇을 닦다가, 다시 식물을 키우는 흙이 되는 것이다. 그 순환이 마음에 든다. 매일의 설거지가 그렇게 작은 농사처럼 느껴지는 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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